[뜻밖의 연결] 연결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심사도 만남으로

지역연결실험실055
발행일 2024-09-26 조회수 55

지역연결실험실@055는 ‘연결’과 ‘협력’으로 경남 곳곳에 고유한 로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저마다의 고유성을 가진 작은 로컬 생태계가 자리 잡고, 서로 다른 세대·주제·지역이 ‘연결'로 맞물려 경남의 경계를 넘나드는 ‘협력'을 만들길 희망하고 있어요. 

올해에는 플랫폼형이 더해져 실험형과 플랫폼형, 이렇게  두 가지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실험형은 지역 내외부 사람과 자연이 협력해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방법을 검증해 보는 과정이고요. 플랫폼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사람, 자원을 연결해 더 큰 가능성과 연결망을 만들어가는 활동입니다. 

지난 9월, 밀양 캠프프레이져스에서 실험형 심사가 먼저 열렸습니다.

다시 돌아온 조금 느린 심사

심사라 쓰고 상호 피드백이라 부르는 시간! 심사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죠. 심사위원이 앉아있고 발표자가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익숙한 모습 대신, 저희는 네트워킹을 통한 느린 심사를 해보기로 했어요. 정성껏 작성해 주신 지원서가 한번 제출하고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제안과 의견을 통해 배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라운드 룰을 정하고 있는 모습.

> 응원과 제안을 담은 시너지잇 카드를 작성하는 모습.

이를 위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아이스브레이킹, 안전하고 좋은 피드백을 나누기 위한 그라운드 룰, 응원과 제안을 담는 시너지잇 카드 등 다양한 세션이 촘촘하게 준비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는데요. 느린 만큼 더 많이 서로를 발견하고,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길 바랐던 실험형 상호 피드백의 시간. 참여자들에게 우리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을까요? 

인터뷰로 만나보는 상호 피드백 

[더도 말고 딱 한 발자국만]

“처음부터 손 붙잡고 하는 아이스브레이킹이 아니라 딱 한 발자국 나와서 하는 정말 적절한 아이스브레이킹이었어요.”

“심사 전에 어떤 과정을 거치고 각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해 주셔서 좋았어요. 단순히 심사만 한다고 했으면 그 이상의 정은 안 품고 들어왔을 거 같거든요.”

> 아이스브레이킹 진행 모습.

처음 만난 사람과 피드백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마음을 열 시간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아이스브레이킹이 부담스러운 자리는 아니었으면 했어요. 억지로 손을 잡아 가까워지는 것 말고, 한 발자국 만큼만 앞으로 나와 편안해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 생각했지요. 딱 적절한 아이스브레이킹 덕분이었을까요? 점심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참여자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심사라기보다 ‘만남’]

“일반적인 면접과는 다른 방식이라서 부담이 되었는데, 면접이 아니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느낌이었어요.”

“YMCA 활동을 하며 나름 많은 활동을 했다고 했지만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더라고요. 제 활동의 폭이 넓지 않았구나 느꼈죠. 만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좋았어요”

“저는 건설업에 있다 보니 수직적 관계가 익숙해요. 수평적 관계는 학교 졸업하고는 처음이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마음 열고 피드백을 하는 새로운 방식에 마음이 편해졌어요.”

> 상호피드백 대기 모습

경남이라는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참여자들. 몇몇 참여자들은 오히려 일반적인 심사 방법과 달라 더 긴장됐다고 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심사’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만남'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왜 그동안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아쉬워하면서요.

 

[심사는 하고 있는 거죠?]

“심사위원조차 등지고 앉아서 진짜 심사를 하고 있는 건가 싶었어요.”

“처음엔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피드백하는지 지켜보려는 거 아냐?’ 했는데 그런 생각이 눈 녹듯 사라지고, 서로 궁금해하고, 의견을 주고받고 웃는 편안한 자리였어요.” 

> 상호피드백 진행 모습1.

상호 피드백 시간은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참여자가 심사위원을 등지고 앉기도 해요. 한 테이블에 앉는 것도 아니고요. 평가하기 위해 날카로운 눈빛을 주고받지도 않습니다. 피드백을 함께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웃기도 합니다. 편안한 구조 덕분에 참여자들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참여자가 설명하지 못한 말이 있으면 걱정되는 마음에 덧붙여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여럿이 모이니 또 다른 방법이 보이네?]

“제 옆에 있던 분이 다른 팀과의 협력을 제안해 주셨어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함께하면 시너지가 있겠더라고요.”

“사실 여러 일을 하다 보면, ‘저 팀은 이걸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이 점이 보완되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밖에선 제가 그런 말을 할 권한이 없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부드러운 틀 안에서 서로 이 지역 플레이어들을 성장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해줘서 참 감사했어요.”

“밖에서는 돈 주고 해야 하는 컨설팅인 거잖아요. 내가 떨어져도 얻을 게 많겠다 싶었죠.”

> 상호피드백 진행 모습2.

사실 제안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른 팀에 애정이 있어야 하고요, 혹시 내 의견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안전한 룰 안에서 열린 마음으로 하는 상호 피드백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이건 어때요?’ ‘아, 그건 생각해 봤는데 이런 문제가 있더라고요' ‘그럼 이 방법은 어떤가요?’ 상호 피드백 내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미 경험한 입장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말하기도 하고, 프로그램 참여자의 입장이 되어 의견을 주기도 하고, 다른 팀끼리의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여럿이 모이니 또 다른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한 팀당 배정된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우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구나]

참여자 인터뷰를 하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상호 피드백이 끝난 지금 ‘이들의 거리가 한 걸음이 아니라 두 걸음, 아니 그보다 더 가까워졌구나’를 말이에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후일담을 나누고, 함께 역까지 카풀도 하고요. 다른 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지인을 소개해주는 팀도 있었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실험형 상호 피드백 시간이 마무리됐습니다.

> 상호피드백 이후 그룹별 단체사진.

“서로 주제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구나’ 공감과 용기를 얻었어요.”

자원이 한정된 상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심사를 거치고 탈락하는 팀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저 지역에서는 저런 고민을 하는구나’를 알게 됐으니, 이 연결이 서로의 힘이 되어 더 많은 협력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경남에서의 활동은 심사 후에도 계속될 테니까요!

앞으로 실험형 4팀, 플랫폼형 6팀 총 10팀의 지역연결실험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플랫폼형은 워크숍 과정까지 좀 더 진행되어야 하지만요) 우리의 목적은 개별적 프로젝트의 수행이 아니에요. 우리는 과정을 챙기고 나누며 모두의 실험과 결과로 연결 지점을 만들려 합니다. 그 과정의 걸음마다 더 많은 사람과 만남을 초대하려 해요. 생생히 전해지는 연결의 현장 계속 전할테니, 앞으로도 이들의 연결을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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